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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둘레'가 말해주는 건강 신호...복부비만, 더 위험한 이유는?
비만과 다이어트 이야기를 할 때 많은 사람이 체중계의 숫자에 집중한다. 하지만 건강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체중'만 볼 것이 아니라 체지방률, 근육량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표가 바로 '허리둘레'다.
같은 체중이라도 복부에 내장지방이 집중되면 대사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복부비만의 원인과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 그리고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소연 원장(제이엠가정의학과의원)과 함께 알아본다.
같은 체중이라도 '복부 내장지방' 많을수록 위험
비만은 과거에는 단순한 체중 증가나 미용 관련 문제로 이해됐지만, 현재는 염증 반응과 대사 이상을 동반하는 하나의 '만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복부비만은 복부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한국인 허리둘레 기준 남자 90cm(35.4인치), 여자 85cm(33.5인치) 이상인 경우이다.
복부지방은 그 분포에 따라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뉜다. 피하지방은 피부 아래에 위치해 손으로 잡히는 지방으로, 몸을 보호하고, 에너지 저장 역할을 한다. 감량 속도는 더디지만 비교적 대사적 활동성은 낮다. 반면 내장지방은 복부 깊숙이 장기 주변에 분포하면서 '염증성 물질'을 활발히 분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대사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소연 원장은 "복부 내장지방 축적이 증가할수록 염증 반응이 지속돼 지방간,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동반되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며 "같은 체중이라도 내장지방의 양이 많을수록 대사 위험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 과식만이 아니다, 비만 부르는 복합 요인들
비만은 섭취하는 에너지와 소비하는 에너지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변환돼 체내에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내장지방 축적이 증가한다. 남성의 경우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지방세포의 증식과 지방 저장을 억제하고 근육량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남성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면서 지방 저장은 증가하고, 근육량은 감소한다. 이로 인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지방 연소 능력이 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내장지방 축적이 더욱 강화된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감소로 지방 연소가 억제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내장지방 축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 밖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증가시켜 복부지방을 더욱 쉽게 쌓이게 한다.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음주, 활동량 감소 등도 주요 촉진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인 맞춤 검사와 통합 치료로 '대사 위험 인자' 낮춰
비만은 개인의 호르몬, 대사 상태, 지방 분포, 기저질환 등에 따라 원인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는 비만 치료를 위해 먼저 체성분·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및 지질 상태, 인슐린 저항성 여부, 호르몬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개인별 위험 요인을 파악한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glp-1 작용제, 지방 흡수 억제제, 인슐린 저항성 개선제 등 개인 맞춤형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영양 관리, 운동 처방, 행동 치료, 지방간 관리 등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이 핵심이다.
김소연 원장은 "비만 치료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사 위험 인자를 낮추고 장기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체계적인 의료적 관리를 의미한다"며 "생활 습관 개선과 의학적 치료가 병행될 때 가장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간 체중 감량보다는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 중요
비만 치료와 예방에 있어 생활 습관 개선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단순히 칼로리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드시 '체계적인 생활 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체중 감량을 시도할 경우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기보다는 자신의 에너지 필요량보다 500kcal 정도 적게 섭취해 일주일에 0.5~1kg 감량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과일, 채소, 통곡류, 살코기 등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포화지방산이 많은 고지방 식품과 정제된 곡류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김소연 원장은 "비만은 혈당 변동과 인슐린 분비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섭취를 충분히 유지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또한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함께 하체 및 코어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운동은 비만인 경우 자신의 최대 운동 능력 범위의 50~60% 강도로, 하루 60분, 일주일에 6~7회 시행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7시간 이상의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며, 특히 음주는 복부지방 축적을 촉진하는 주요 위험 인자이므로 절주하거나 금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생활 습관은 복부지방 감소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장기적인 건강 관리와 재발 방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